묶음 배송!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할 때 2개 이상 또는 여러 개를 묶어서 배달할 수 있어.
식당 한 곳에서 2개를 픽업해서 주문 고객에게 가져가기도 하고, 식당 여러 곳에서 여러 개를 픽업해서 가져다 주기도 하지.
옛날부터 배달 음식은 이렇게 했었어. 배달 기사는 부족하고 주문은 많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했었지.
그래서 불어터진 짜장면과 짬뽕을 먹었고, 식은 피자나 눅눅해진 치킨을 먹었던 기억이 있을 꺼야.
생각해봐!
처음 배달 기사가 스타트는 똑 같다고 해도 결국 마지막에 도착하는 주문 고객은 가장 늦게 음식을 받아서 먹는데,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는 최악의 결과가 생길 수 있는 거지.
예를 들면 면 종류의 음식이 그렇고, 피자와 치킨 같은 패스트 푸드에 가까운 음식도 온도에 취약한 편이지.
떡뽁이 순대 같은 분식도 때에 따라 말도 안 되는 온도로 배달이 오는 거니까.
그나마 찜 요리나 초밥, 회 같은 경우는 취약한 편은 아니기는 하지만 말야.
배달의 민족 같은 경우는 같은 동선에 있는 경우 1개까지 추가 픽업이 가능해. 즉 2개까지 묶어서 배달을 할 수 있는 거야.
라이더에게 수입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주문 고객에게는 음식이 최대한 식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정책이지.
일반배달은 사실 픽업 갯수를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아. 대충 20분 안에 가져다 줘라 정도로 설명하는데, 이것마저 유동적이지.
평상시에는 배민처럼 두 개 정도만 픽업을 할 수 있어. 더 많이 픽업하면 매니저 또는 관제를 보는 담당자에게 전화가 와.
"형님! 20분 안에 주문자에게 가져다 줘야 하니까. 마지막에 잡은 거는 뺄께요."
이러고는 마지막 주문은 취소 시켜버리지. 그런데 재밌는 것은 바쁠 때야.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저녁은 꽤나 바쁘지. 한참 일하다 보면 기사들이 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게 핸드폰 창에 보여.
대기 오더가 막 쌓이 거든. 솔직히 가슴이 콩닥 콩닥 거려.
강제 배차가 올게 보이거든. 어김 없지.
핸드폰에 '추천콜' 또는 '배차' 이런 상태로 내가 배정 받지도 않은 콜들이 생기는 거지.
일반 배달 대행 회사의 관행 같은 거야. 그나마 좀 덜 바쁜 때는 매니저에게 전화가 와.
"형님! 배차 좀 넣었는데, 부탁 드려요."
"형님! 먼저 배정받으신 곳 치시고, 00치고 00치시면 되요."
그 나마 경로 우대 사상이 있어서 진짜 바쁠 때 빼고는 2개나 3개 정도 넣어주는데, 어쩔 때 같은 동선에 꿀 콜이 올 때도 있기는 해.
이런 모습으로 강제 배차가 온다면,
"어~ 봤어. 땡큐~"
하고 좋은 마음으로 일을 수행 하겠지. 하지만 현실을 이상과 거리가 있는 법이잖아.
이런 모습이 제일 흔해!
그래도 이 정도는 일에 능숙해진 후 막히는 도로 시간과 골목 지리에 훤해지면 아주 무리하지 않고도 처리가 가능해지지.
이제 이런 모습인데, 지도에 동선만 보면 편해 보여. 하지만 여기에 시간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오더 순서에 변동이 오는 거야.
난 이미 배정 1을 배정 받아서 배정1 식당으로 가고 있어.
근데 강배2 식당이 벌써 마이너스 5분이야. 배정1 가져다 주고 아무리 빨리가도 마이너스 10분이지. 골목으로 갔다가 신호도 다 째고 가던지 암튼 최대한 머리를 굴리며 도로 상황에 맞춰서 가야해.
그리고 강배1 식당은 아직 10분 남았지만 강배 2를 처리하면 분명 마이너스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거지.
그럼 동선이 이렇게 되는 것이지.
여기에 변수를 더해볼까? 강배2 식당이 그날 너무 바뻐서 갔더니 음식이 아직 안 나왔어. 10분 정도 늦는다 그러면 양해를 구하고 강배1이라도 처리하러 갈 수 있지.
대충 5분이면 나온데, 다른곳 가지 말라는 거지.
그럼 멍청히 대기타야해. 시간은 흘러가서 강배1 코스에 영향을 주겠지.
그리고 어찌어찌 강배2 주문자에게 갔더니 강배2 주문자 부재중이야.
'와우~' 이럴 때 난 속으로 이렇게 말해. 너무 힘들어서 감탄사가 나오는 거지.
간신히 연락 닿아서 강배1 식당을 갔더니 마이너스 15분, 식당으로 가는 중간에 사장님 노발 대발 전화오고, 도착 했더니 투덜투덜 거리고..
그나마 이건 매우 순화한 코스야. 능숙해지면 웃으며 처리하고, 단톡방에 '형 힘들었다.' 한마디 남길 수 있는 코스야.
바쁜 날이나 비오는 날은 이런 코스가 몇 번이나 반복되는 경우도 있어.
그러니 계속 늦게 밥을 먹는 손님이 생기는 건데...
이걸 기사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
몸은 하나인데 무리한 배차가 계속되거든, 그러다 열 받으면 폰 끄고 집에 가는 거지.
그럼 또 누군가가 폭탄을 짊어질테고 어떤 손님은 욕하면서 주문 취소하거나 식은 밥을 먹는 거야.
악순환의 연속이지!
기사 입장에서 위에 코스 돌다 중간에 개진상 고객이라도 만나면 시간은 더 지체되고, 만약 음식이라도 쏟아봐.
하루 일당이 날아가는데... 배달 기사가 일부러 이런 코스를 잡겠냐고.
간혹 돈에 눈 돌아간 기사가 이렇게 코스를 잡기는 하겠지. 근데 몇 번 잡고 하다가 한번이라도 자기가 실수해서 돈 나가면 안 잡거든.
그냥 맘 편하게 다 기사 탓이라고 식당에서도 손님도 욕하는 상황인거지.
모든 상황이 이렇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아냐.
다만 이런 냉혹한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기사가 신호도 재끼고 위법을 하는 것을 모두 기사탓으로 돌리는 세상이 이상하다고 지적하는거지.
그럼 대안은 있냐고?
사실 배달의 민족 처럼 하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배민을 욕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관점과 시각은 달라.
배민은 2개까지만 픽업이 허용되고, 기사가 배정을 잡고 조리를 해달라고 요청을 하면 식당에서 조리를 시작해.
약속한 시간까지 기사는 식당까지 가서 조리한 음식을 주문 고객에게 가져다 주는 거지.
이렇게 해도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중간에 가다가 사고가 나기도 하는 변수들이 있지만 아주 일반적인 경우에는 무리 없이 주문 고객은 음식을 먹는 거지.
단점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는 주문 자체가 안 되어 주문 고객이 집에서 밥을 해먹거나 나가서 사 먹어야 한다는 것?
오토바이 타고 다니다 사고 나서 어떤 생명이 다치거나 죽는 것보다 그게 그렇게 힘들고 속상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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