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배달 대행을 하는 지인이 아무도 없어서, 일을 하기 전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했어.
온라인에 있는 정보가 다였지. 아무래도 온라인에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잖아.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 직접 해봐야 자세히 보이는 것들이 있지.
이 일은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동종에 있는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아.
그런 것을 설명해주면 일을 하기도 전에 겁을 먹거나 떠나버릴테니까!
물론 개인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종류와 크기는 다를 꺼야. 내 경우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도 않을테고, 근데 난 이런 경우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더라고.
제일 큰 스트레스의 경우는 바로 일을 접고 싶은 정도이지.
1위
일정 조건이 맞으면 최악이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야.
우선 '비가 오는 날이야.' 그리고 '내가 찍은 콜이 2건 정도 이미 있어.' 그런데 갑자기 '강제 배차'가 어플에 딱 뜨는 거지.
강제 배차 오더가 최우선 순위가 되는데, 이미 음식 조리 완료 시간이 촉박해 막 3분 또는 5분 남았어. 매장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0분은 걸려.
부랴부랴 신호까지 위반하고 도착했더니 사장이나 점원이 "왜 이리 늦었어요." 라고 핀잔을 주거나 "맨날 늦어요." 이러거나 매장으로 가는 도중 전화로 "왜 이리 안 와요. 음식 나온지 한참 되었는데.." 이렇게 말하는 거지.
비가 와서 도로 사정도 안 좋고, 오고 싶은 곳도 아닌 곳에 강제 배차로 늦은 거라 뭐라 하고 싶은데 변명을 해봐야 서로 말싸움이나 되는 거지.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음식을 픽업하는 것이 제일 좋아.
거기다 음식을 가져다 줬는데, 고객도 늦었다고 "음식 주문 한지가 1시간이 다 되었는데..." 또는 더 가혹하게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정말 바로 그만 두고 싶은 기분이야.
아직 내가 찍은 콜도 남아 있으니 스트레스 지수가 끝나지 않는 날이지.
이런 완벽한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일은 많지 않지만 어떤 주말이나 비오는 날 주문이 많을 때 이런 상황이 딱 오는 경우가 있어. 정말 그냥 집으로 가고 싶은 날이야.
2위
평안 했던 어느 날 음식을 잘 배달 하고 있어.
1번 음식점에서 약 4km 정도 떨어진 고객에게 줘야 할 음식을 픽업했어. 잘 픽업해서 쭉 가고 있었지.
신호만 잘 받으면 10분이면 갈 거리지만 4km 라는 거리가 만만하지 않아. 중간에 신호 2개만 걸려도 이미 신호에서 10분이 넘어가지.
신호 째고 가면 음식 픽업하고 15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갑자기 매장에서 전화가 오는 거야.
"챙겨야 할 음식물이 하나 더 있는데, 다시 와야 겠어요."
바쁘지 않고 보통의 경우라면 다시 픽업을 해주는 것이 부담되지 않지만, 아주 바뻐서 빨리 이 일을 처리하고 다른 콜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라면 꽤 짜증이 나지.
근데 같은 상황이라도 좋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이 음식을 잘 못 가져간 것을 기사에게 전가하려고 하는 매장도 있고, 아무런 대가도 없고 다시 와달라는 것이 그냥 통보라면 기사 입장에서는 참기가 어렵지.
이 상황은 서로의 입장이 다를 수 있어 딱 선을 긋기 어려울 수 있지만, 보통은 매장과 기사의 음식물 픽업은 서로 약속이 되어 있어.
일정한 자리에 놓여 있는 매장이 있고, 점원이 직접 주는 매장이 있지.
음식물 주소를 확인하지 않는 것은 기사의 잘못이라면, 음식물의 양이나 종류는 기사는 알 수가 없어. 전체 가격으로 대략의 구성은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양의 경우는 매장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원래 약속한 절차에 따라 수행하는 거니까.
상황이 머리속에 그려진다면 어떤 상황에서는 스트레스 지수가 극대화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려질꺼야.
3위
정상적으로 콜을 잡고 매장으로 가서 음식을 픽업했어. 그리고 대략 15분 정도 걸려서 고객에게 잘 가져다 주었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 고객이 갑자기 뭐라고 하는 거야.
"주문을 1시간 전에 했는데, 이제 음식이 오면 어떻게 해요?"
물론 아주 화가 나 있어.
이런 경우 보통은 식당에서 기사에게 말을 해줘. 고객 주문이 누락되어서 음식이 늦었어요. 죄송해요. 고객이 뭐라고 할꺼에요.
이렇게 사전에 말을 해주면 마음의 각오도 해둘 수 있고, 뭐랄까 일종의 신뢰가 생기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간혹 이렇게 황당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고객 입장이 이해가 되기 때문에 보통은 점잖게 이야기해주고 나오지.
그렇지만 소위 말하는 진상 고객을 만나면 멘탈이 개 털리고 나오는 거지.
솔직히 돈 3,000 ~ 5,000원 벌겠다고 잘 못 한것도 없이 욕을 먹는 상황이 생기면 바로 '현타가 오는데..'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그래.
매장에 이야기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니까. 말하면 대행 업체 그만 둘 생각으로 말하는 거지.
4위
이건 누구의 잘 못이라고 말 할 수도 없는데, 거의 매일 생기는 일이고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솔직히 더 스트레스야.
최근에 생긴 아파트 중 고층 아파트가 많아. 뭐 40층 50층 이런 곳들이지. 보통은 엘리베이터가 두 개 이상이고 속도도 빠르고 잘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아파트는 보통 지하로 내려 가야해. 그리고 지하 현관에서 주문자 호수로 콜을 하지 여기서 바로 열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늦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엘레베이터 두 개가 다 30 또는 40 층에 있는 거야. 내려오는데 중간에 몇 번 서서 내려오는 거지.
그리고 함께 타는 사람들이 또 3명 4명 있어.
정말 그러면 엘레베이터에서만 10분 넘게 있는 적도 있어.
이런 곳을 만약 2곳만 잡아도 재수가 없으면 2번째 음식은 픽업하고 30분 걸리는 경우가 생기는 거지.
정말 이건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그냥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욕 먹고 마는 거야.
그렇다고 이런 곳이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 거든.
진심으로 말하지만 30층 이상에서 주문하는 고객들은 라이더에게 10층 당 100원 씩 할증해서 줘야해. (고층 사시는 분들 욕할 수도 있겠네...)
매일 받는 스트레스인데, 이런 곳이 타이밍이 맞아도 5분은 걸려. 카드 결제하면 시간은 더 걸리고..
뒤에 다른 배정 받은 곳이 많거나 픽업해둔 음식이 많으면 똥 줄 타는 거지.
"그런 거 감안해서 일해야 하는 거 아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던데, 그 정도면 우린 서로 대화를 할 필요가 없겠지.
이건 매우 구조적인 문제라서 기사가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이런 곳은 그냥 잡지 않고 싶은데 아무도 처리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냥 기사를 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적는 거야.
5위
늦게 나오는 음식.
오더에 보면 매장에서 조리 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근데 꼭 항상 늦는 매장이 있지.
물론 항상 늦기 때문에 감안을 해서 움직이는데, 그래도 편차라는게 있잖아.
항상 5분 늦으면 5분 늦게 갈텐데, 3분, 5분, 7분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거지.
해당 매장 때문에 다른 콜도 영향을 받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건 그렇다 쳐도 이런 매장 중 까다로운 매장이 있어.
음식은 늦게 주고 늦게 가져다 준다고 닥달하는 매장인데, 심지어 픽업한지 5분만에 전화하는 매장도 있어.
'내로남불' 뭐 이말이야.
관계가 관계니 말 없이 수행해주고 있지만, 내 마음대로 배정을 받을 수 있다면 절대로 잡지 않은 매장이야.
뭐 그래서 안 잡는 경우가 많아.
6위
이건 아주 많지는 않은데, 한 번 걸리면 이상하게 그날 운이 더럽게 없어지는 케이스야. 나에게는 징크스 같은 거지.
일명 진상 고객인데,
대표적으로 주문 주소 잘 못 입력한 경우야. 난 차분한 편이라 바쁘지 않고 제대로 된 주소가 그리 멀지 않으면 뭐 1km 정도 이내면 그냥 수정 된 주소로 가져다 주는데, 이런 양반 중에 까다로운 사람들이 있어.
이쪽의 입장이나 상황은 전혀 이해하려고 않는 고객들이 있지.
보통 00아파트 00동 00호 이런 식인데, 아파트 정문으로 와달라, 상가로 와달라는 경우도 있었지.
바쁘지 않으면 매니저에게 고객 주소 수정요청하고, 업장과 소통해서 추가 경비를 받던 다시 매장으로 가져다 주면 되는데, 이게 바쁜 경우에는 전달해줘야 하는 음식을 어떻게 처리할지 애매한 경우가 생기는 거지.
그런데 고객까지 진상이면 참 까다로워져.
난 다시 매장에다 가져다 주는 편이야. 콜비 안 받아도 되니까 매장이랑 손님이라 다시 알아서 하라고 하지.
뭐 보통은 매장에 가져다 주면 주소 수정되어 다시 콜이 뜨고 누군가 잡아서 처리하고는 해.
나로서는 픽업하고 다시 원위치 한 시간을 버리는 셈인데, 진상이냐 아니냐를 떠나 주소를 잘 못 입력하는 주문 고객은 꽤 있는 편이야.
보통 1주일에 한번 또는 한달에 한 두번은 꼭 있는 듯....
창의적인 진상 고객이 있는데, 카드 결제 고객이라 음식 전달하고 카드를 달라고 하는데 도대체 카드를 못 찾는 거야.
대문을 열어둬서 보였는데, 옷을 다 들추고 막 돌아다녀도 카드를 못 찾더라고, 그냥 현금 결제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현금도 없었던 것 같고...
진짜 약 10분 정도를 뒤지다가 간신히 어딘가에서 카드를 찾아서 결제까지 완료 했는데, 내 시간 10분을 허비했지. 딱 한번 있었던 고객이라 기억에 남는다.
7위
네비에 잘 나오지 않는 어딘가에 살고 있는 고객이야.
빌라가 모여 있거나 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지번을 추적해서라도 찾을 수 있는데, 뭔가 시골 같은 곳 있어.
이미 갈 때 부터 시골길이지. 도착 한 건물에 지번이 틀리거나 지번이 안 보이는 곳들이 있어.
솔직히 여기까지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 한적한 곳에 드라이브 왔구나 생각하고 고객 연락처에 전화를 하는데,
왜 여길 못 찾냐고 핀잔을 주거나 거칠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십중팔구는 안 그러는데 정말 간혹 있지.
이 외에도 좀 더 있는데, 여기까지 적고 나중에 스토리로 엮어서 하나 씩 더 소개해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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