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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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준법 정신이 투철하다거나 사회적으로 평판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하고 살던 사람은 아니야.

안전하게 오랫동안 살고 싶다. 정도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생각이지.

그 정도 가치관으로도 평소 교통법은 잘 지켰던 것 같은데, 다들 비슷할꺼야.

 

배달 기사로 3개월 정도 일을 해봤는데,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슈가 있어.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것들에 분노를 하는데, 시간이 지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모순'이라는 것에 분노가 상당하다고 느껴.

외에도 공정, 형평성, 차별 등이 조직 사회에서 개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와도 분노가 따르지.

 

배달 일을 하면서 나에게 증명하고 싶은 가치가 세 가지 생겼어.

1. 음식 빨리 가져다 주기

2. 도로교통법 지키기

3. 최저 임금 이상의 수익 만들기

 

솔직하게 이 세 가지 모두를 이룰 확신은 없어, 그래서 더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음식을 빨리 가져다 주려면 제일 먼저 조리 시간이 중요해.

기사인 내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필요한 것은 음식이고 기사는 그 음식을 잘 서빙하는 역활이니까.

빨리 나오는 식당, 정확하게 나오는 식당, 늦게 나오는 식당이 있는데, 다들 개별 사정은 있지만 기사 입장에서 늦게 나오는 식당은 회피하고 싶지. 몇 차례 경험을 해보면 한가한 시간에야 배정을 잡으려고 할꺼야.

 

음식이 나왔다면 픽업, 보온 또는 보냉하고 고객분께 가져다 주는 것이 기사 고유의 능력이잖아.

매장 주소, 매장 외부의 운송 수단 파킹, 고객 주소 파악으로 최단 거리로 가져다 주는 능력이지, 오랜 시간을 쏟은 사람일 수록 노하우도 뛰어나고 부변 상황과 변화하는 상황까지 인지하여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능률이 좋지.

허나 이 노하우가 어떤 선을 넘으면 발목을 잡기도 하고 주변의 질책이 따르는 모순이 존재하더라고,

주변도 의식하고 안전을 지키려고 살자니 이제 최저 임금도 벌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

 

그래서 생각해봤어. 이 모순은 견딜 수 있는 것인가? 버틸 수 있는 것인가? 부당함에 항의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이었지.

현장에서 직접 일을 수행해보니 이것은 견디고 버틸 문제가 아니라 항의해야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

'정치가 필요한 영역이구나.' 이런 결론에 다달았지.

 

배달 대행일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나 대행 회사는 이런 가치에 크게 관심이 없어.

과거의 배달 대행사는 가맹점 하나라도 떨어져 나갈까 그 시장에서 고민하기 때문에 기사 한명 한명 이슈를 들어줄 여력도 없고 그럴 배려심이 있는 회사도 찾기 힘들지.

그럼 대형 플랫폼은? 그곳은 너무나 기계적이라 자신들이 그어 놓은 선에 In/Out 정도로 판단하기 때문에 손실되는 괴리가 크고 결국 그 괴리는 숫자로만 표현되는 기사 한명 한명이지.

 

배달 기사로 3개월 정도 일 해보니 이런 아이러니를 알게 되더라고,

음식을 먹고 싶은 분께 매장에서 나온 음식을 안전하고 빠르게 가져다주며, 최저 임금 이상의 수익 최저 임금에서 1.3~1.5배 정도를 얻겠다는 전략이 실제로는 꽤 욕심인 것 같아.

그래도 용기내어 도전은 계속 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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